기독교 철학을 접하다 보면 언젠가 꼭 만나게 되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실존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1813~1855)입니다. 키에르케고르는 단순한 철학자가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깊이 고민한 사상가였어요. 그의 사상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어떻게 신앙을 가질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신앙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렇다면 키에르케고르는 어떤 철학을 이야기했을까요? 그의 사상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쉽게 이해해 보겠습니다.
1. 신앙은 이성으로 증명할 수 없다
키에르케고르는 당시 유럽 철학의 흐름에 맞서 싸웠습니다. 당시에는 기독교 신앙을 논리와 이성으로 증명하려는 철학이 유행했어요. 대표적으로 헤겔(G.W.F. Hegel)은 "진리를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독교 신앙도 철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했죠.
하지만 키에르케고르는 여기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그는 신앙은 논리나 철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철저히 개인적인 결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았어요.
예를 들어, 하나님을 믿는 것이 단순한 논리적 결론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믿음이 아닐 것입니다. 믿음은 "이해했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어도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그의 생각은 신앙을 "도약(leap of faith, 신앙의 도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2. 신앙은 "도약"이다
우리는 보통 믿을 만한 증거가 있을 때 신뢰합니다. 하지만 키에르케고르가 말하는 "신앙의 도약"은, 증거를 넘어서는 결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사람이 절벽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 앞에 다리가 있지만,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다리가 있다"고 말해 줍니다. 이때, 그는 다리를 보지 못했지만 믿고 발을 내딛는다면, 그것이 바로 신앙의 도약입니다.
키에르케고르에게 신앙이란, 확실한 증거를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며 결단하는 것입니다. 마치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이해할 수 없는 길을 떠난 것처럼요(창세기 12장).
그래서 키에르케고르는 아브라함을 "믿음의 기사(Knight of Faith)"라고 불렀어요. 그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지만,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이삭을 돌려받았죠(창세기 22장). 아브라함은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믿음의 도약을 한 사람이었습니다.
3. "세 가지 삶의 단계" –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삶을 세 단계로 구분했어요.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 심미적(미적인) 단계 –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
- 윤리적 단계 – 도덕과 책임을 따르는 삶
- 종교적 단계 –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신앙을 선택하는 삶
첫 번째, 심미적 단계는 사람들이 단순히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단계예요. 쾌락과 만족을 따라가지만, 결국 허무함을 느끼게 됩니다. 전도서에서 "헛되고 헛되다"라고 말하는 삶과 비슷하죠.
두 번째, 윤리적 단계는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단계예요.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선을 행하고, 정의롭게 살려고 하지만, 결국 인간의 한계와 죄를 깨닫게 됩니다.
세 번째, 종교적 단계는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신앙을 선택하는 삶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교회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믿음의 도약을 하는 삶을 사는 것이에요.
키에르케고르는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 단계에서 멈춘다고 보았어요. 착하게 살고, 좋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진정한 믿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죠. 그는 "하나님 앞에서 홀로 서라(Solitude before God)"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진정한 신앙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하나님과 나 사이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는 의미죠.
4. 키에르케고르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그렇다면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은 오늘날 신앙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요?
- 신앙은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될 수 없는 결단입니다.
우리는 신앙을 완벽히 이해하려 하기보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 믿음의 도약이 필요합니다.
모든 증거를 확인한 후에야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며 한 걸음 내디뎌야 합니다. - 형식적인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진정한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단순히 교회를 다니고 종교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개인적인 결단과 신앙이 필요합니다. - 우리는 삶의 세 가지 단계 중 어디에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나는 단순히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윤리적으로 착한 사람으로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진정한 신앙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가?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은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그의 사상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정말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는가?"
"내 신앙은 단순한 윤리적 도덕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인가?"
"믿음의 도약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